Photo of SARJ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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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of SARX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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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전시

일본의 푸른빛,
장인정신과 혼이 깃든 색채

일본의 '용의 미((用の美, Functional Beauty)'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을까요?
이 질문은 '일본의 아름다움을 우아하게 착용한다'는
개념에서 탄생한
세이코 프레사지 클래식 시리즈(Seiko Presage Classic Series)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제된 기계식 무브먼트와
일본의 ‘용의 미(用の美, Functional Beauty)’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통해,
세이코는 장인정신의 본질을 기립니다.
이 시리즈와 함께하는
프레사지 뮤지엄은
일본의 고유 미의식이
어떻게 보존되고 전승되어 왔는지를
탐구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수 세기 동안
자연 인디고 염색의 전통을
이어온 도쿠시마현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도쿠시마의 인디고:
푸른빛의 모든 그늘 속에 살아있는 전통

야노 란슈(Ranshu Yano) - 장인 아이시(Master Aishi)
(천연 재래식 발효 인디고 염색 공인 장인),
혼아이 야노 스튜디오(Hon-Ai Yano Studio)
나가하라 레키(Reki Nagahara)
아와 인디고 프로듀서
인 비트윈 블루스(in Between Blues)

도쿠시마는 오랜 세월 동안 일본 인디고 식물인 타데아이(tadeai) 를 발효시켜 만든 천연 인디고 염료인 스쿠모(sukumo) 의 주요 생산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된 스쿠모아와아이(Awa-ai)라 불리며, 숙련된 장인들이 전통적인 발효 기법을 사용해 정성스럽게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완성된 고품질의 염료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방식으로 염색 과정에 사용됩니다. 도쿠시마의 인디고 문화는 지역의 풍부한 자연자원과 세대를 거쳐 전승된 장인의 손끝에서 이어지며, 일본이 지닌 '용의 미(用の美, Functional Beauty)'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푸른 울림:
인디고의 혼을 이어가다

인디고에 생명을 불어넣다

도쿠시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디고 염색 장인 야노 란슈(Ranshu Yano)에게 인디고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살아 있는 동반자와도 같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혼아이조메(hon-aizome, 천연 재래식 발효 인디고 염색) 기법을 계승하며, 인디고 염액을 고유한 기분과 요구를 지닌 생명체로 묘사합니다. "한 번 '탄생한' 염액은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시간이 흐르며 나이를 먹습니다." 그가 말하듯, 진정한 도전은 인디고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냄새, 질감, 온도, 손에 남는 색감과 같은 미묘하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신호를 감지하고 이에 섬세하게 반응해야 하지요. 이를 위해서는 예리한 관찰력, 숙련된 직관, 그리고 거의 수행에 가까운 깊은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염색 과정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고된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사무라이의 의복에 사용되던 깊고 짙은 남색을 얻기 위해서는, 천을 발효된 인디고 염액에 담가 일정 시간 유지한 뒤 꺼내어 부드럽게 짜고 공기에 노출시켜 산화시키는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 순환을 30회 이상 반복해야만 원하는 깊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는 섬세한 판단력과 감각이 필수적입니다. 야노 씨는 말합니다. "우리는 타이머를 쓰지 않습니다. 손과 눈이 스스로 때를 압니다." 그의 팔에는 늘 푸른 염색 자국이 남아 있으며, 이는 40여 년간 쌓아온 경험과 장인의 흔적을 상징합니다.

인디고의 아름다운 색감뿐 아니라, 천연 인디고 염료는 놀라운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발효된 염액은 천연 살균제이자 방충 효과를 갖고 있어, 피부에 직접 닿는 의류 염색에도 적합합니다. 야노 씨는 말합니다. "유아용 의류조차도 안전하게 염색할 수 있습니다."

장인정신과 세심함이 깃든 문화

전통 인디고 염색에는 세대를 거쳐 기술을 이어온 두 부류의 장인이 존재합니다. 바로 건조한 타데아이(tadeai, 일본 인디고)잎을 발효시켜 염료 원료인 스쿠모(sukumo)를 만드는 아이시(aishi), 그리고 그 스쿠모를 사용해 염액을 조성하고 천을 염색하는 소메시(someshi)입니다. 이 두 역할은 오랜 세월 동안 각각의 전문 장인들에 의해 분리되어 전승되어 왔습니다. 비록 과거의 전성기와 비교해 수요와 인력이 줄었지만, 아이즈미 마을(Aizumi Town) 등에서는 지역 활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스쿠모 제작과 염색 기술을 모두 계승할 새로운 세대의 장인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야노 씨는 젊은 견습생들을 직접 지도하며, 타데아이를 직접 재배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보존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 전통의 정신을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그의 헌신은 단순히 기술에 그치지 않고, 염색을 둘러싼 도구와 의식에도 깃들어 있습니다. 인디고는 지역에서 제작된 오타니 도자기(Otani Ware) 항아리에서 발효되며, 염액을 넣는 사케는 머저 가정의 신단에 올린 뒤 사용됩니다. 그는 말합니다. "이건 종교의 문제가 아닙니다. 존중으로부터 시작한다는 뜻이죠." 이처럼 과정에 대한 경의, 말로 표현되지 않는 고요한 집중과 존중의 태도는 일본 전통 예술 전반 - 검 제작부터 사케 양조에 이르기까지- 흐르고 있는 공통된 정신입니다.

야노 씨는 일본의 미학 개념인 ‘용의 미(用の美, yo no bi)’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천연 인디고는 사용할수록 더 깊게 빛납니다. 그 아름다움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더욱 선명해지고 생명력을 얻습니다. 그것이 바로 용의 미(用の美, yo no bi)의 정신입니다.”

색, 공예, 그리고 일본의 아름다움

야노 씨는 색을 이야기할 때 깊은 경외심을 담습니다. 옅은 하늘빛의 아사기(asagi)부터 거의 검은빛에 가까운 카치이로(kachi-iro)까지, 전해 내려오는 '48가지 인디고의 색조'는 단순한 기술적 결과물이 아닙니다. 그는 말합니다.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고, 모든 색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크에서 영감을 받은 인디고 컬러의 곡면 다이얼을 지닌 세이코 프레사지 클래식 시리즈의 시계를 마주한 야노 씨의 눈빛에는 감동이 묻어났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이 색은 완벽합니다.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아요. 우리가 지켜내고자 하는 고전적인 '아이(ai)'의 색조와 꼭 닮았습니다." 그는 색감뿐 아니라, 실크 염색 인디고가 지닌 층층이 쌓인 깊이와 부드러운 광택을 연상시키는 시계의 질감과 유려한 곡선에도 감탄했습니다. "이 시계에는 우리의 전통에 대한 깊은 존중과 진심 어린 이해가 담겨 있습니다."

야노 씨에게 프레사지 클래식 시리즈(Presage Classic Series)는 단순히 아름다운 시계가 아니라, 일본의 전통 장인정신과 현대 세계를 이어주는 의미 있는 다리입니다. 그는 일본의 미학 개념인 '용의 미(用の美, yo no bi)'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용의 미'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무언가가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사용할수록 그 깊이가 더해진다면, 그것은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게 됩니다."

속도와 소비가 지배하는 오늘날, 야노 씨의 철학과 프레사지가 지닌 고요한 우아함은 세심함과 지속성, 그리고 조화에 뿌리를 둔 또 다른 가치를 제시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우리는 결과를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그저 귀 기울이고, 응답하며, 작업이 스스로의 형태를 찾아가도록 두죠." 이 또한 바로 일본적 아름다움의 정신입니다.

Photo of Ranshu Yano, Hon-Ai Yano Studio

야노 란슈(Ranshu Yano), 혼아이 야노 스튜디오(Hon-Ai Studio)
(천연 재래식 발효 인디고 염색 공인 장인)

Photo of Dried tadeai leaves and the SARX133

Dried 타데아이(tadeai) 잎과 SPB525.

Photo of SARX133
  • Photo of SARX133
  • Photo of indigo-dyed items, from jackets, shirts, and ties to everyday necessities like handkerchiefs and towels

    야노 씨는 기모노를 넘어 재킷, 셔츠, 타이부터 손수건과 타월 같은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인디고 염색 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디고가 지닌 피부에 순한 천연 성질을 살려 유아복과 인테리어 소품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 Photo of the Awa-Ai Room

    나루토 해안가에 위치한 AoAwo 나루토 리조트(AoAwo Naruto Resort)의 아와아이룸(Awa-Ai Room)은 쿠션과 테이블 램프, 후스마(미닫이문)는 물론, 도코노마(tokonoma) 벽감의 구조적 요소에 이르기까지 인디고 염색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야노 란슈(Ranshu Yano)가 디자인한 이 공간은 인디고 특유의 차분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인디고의 지평:
바다와 하늘의 빛을 담은 푸른 색조

인디고로 돌아가다

도쿠시마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가하라 레키(Reki Nagahara)는 인디고의 깊이와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익숙한 풍경 속에서 자라났습니다. 그는 회상합니다. "도쿠시마를 떠났다 몇 년 만에 다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새로운 시선으로 인디고를 바라보게 되었죠." 그에게 평범하게 느껴졌던 인디고는 어느새 고향과의 기억, 그리고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나가하라 씨는 그 깨달음을 세대 간 교류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 아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염색 체험부터, 성인들을 위한 사색적인 전시까지. 그는 말합니다. "모든 세대가 이 전통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길 바랍니다. 이건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과 일본 일상의 고요한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가 말하는 정체성은 곧 일본의 아름다움에 대한 성찰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일본의 아름다움은 요란하거나 장식적인 것이 아닙니다. 진솔하고, 삶 속에 스며 있는 것이죠. 자연 소재, 절제된 색감, 그리고 오랜 사용과 손길의 흔적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인디고는 이러한 철학을 완벽하게 구현한 존재입니다 - 땅에서 비롯되고, 겸손하게 태어나, 사람의 손길을 통해 정제되어가는 소재.

자연의 팔레트, 인디고의 포옹

나가하라 씨의 인디고 염색 작업은 자연으로부터 직접적인 영감을 받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제가 가장 끌리는 색은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수평선에서 볼 수 있는 색이에요." 그의 인디고 작품들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겹겹이 쌓이고, 빛과 깊이에 따라 변하며, 섬세한 감정을 머금고 있습니다. 그는 덧붙입니다. "인디고는 단 하나의 색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농담(濃淡), 생명, 그리고 감정이 깃들어 있죠."

그에게 인디고의 촉감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전통적인 혼아이(hon-ai) 발효 염색은 피부에 자극이 적고, 향균 효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인디고 염색 옷을 입기 시작하면 다시는 다른 옷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처럼 편안한과 아름다움이 맞닿는 지점은 그가 믿는 일본의 '용의 미(用の美, Functional Beauty)'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그는 설명합니다. "무언가가 우리에게 유용하고 오래 지속될 때, 그것은 단순한 실용성을 넘어 아름다움이 됩니다. 제가 만들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아름다움이에요 - 손에 닿을 때 편안하고, 마음에도 닿는 것."

인디고, 실크, 그리고 아름다움의 전승

나가하라 씨는 프레사지 클래식 시리즈의 시계를 마주했을 때, 특히 인디고 다이얼과 실크에서 영감을 받은 텍스처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그 블루는 단조롭거나 차가운 색이 아니었어요. 미묘하면서도 따뜻했죠. 인디고가 각도에 따라 빛을 다르게 반사하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다이얼이 부드럽게 굽이치며 빛나는 방식에도 섬세한 온기가 느껴졌어요. 마치 고급 직물 한 조각을 보는 듯 했습니다." 그는 이 디자인이 일본 소재가 지닌 시각적·촉각적 본질을 모두 아름답게 담아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일본산 실크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강조했습니다. "일본의 실크는 따라 하기 어려운 섬세함과 균일함을 지녔어요. 손에 닿으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는 실크의 은은한 광택과 인디고의 깊이를 결합하는 것이, 손목시계처럼 익숙한 형태를 통해 일본의 미학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나가하라 씨는 앞으로 프레사지 클래식 시리즈와 같은 디자인 협업이 일본의 아름다움을 미래 세대와 해외 팬들에게 전하는 중요한 매개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는 말합니다. "우리의 가치를 일상적인 사물 속에 담을 수록, 그 문화는 더 오래 지속됩니다. 시계, 의류, 심지어 포장재까지 - 이 모든 것이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죠."

인디고 전통을 지켜나가기 위한 다음 단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답했습니다. "우리는 계속 만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가르치고, 보여주고, 다른 이들을 초대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방법이에요 - 과거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실을 짜넣으며 새로운 직물을 염색하는 것."

Photo of Reki Nagahara Awa Indigo Producer, in Between Blues

나가하라 레키(Reki Nagahara)
아와 인디고 프로듀서, 인 비트윈 블루스(in Between Blues)

Photo of SARJ011
Photo of SARJ011
  • Photo of SARX133
  • Photo of SARX133
  • Photo of Mr. Nagahara showcases his indigo-dyed creations

    나가하라 씨가 운영하는 세련된 셀렉트 숍에서는 그의 인디고 염색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인디고로 물들인 서프보드 등 해안의 감성을 담은 아이템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Photo of dried tadeai leaves, sukumo, indigo seeds, and wheat bran, alongside books on indigo dyeing

    카페 한켠에는 말린 타데아이(tadeai) 잎, 스쿠모(sukumo), 인디고 씨앗, 밀기울과 함께 인디고 염색 관련 서적들이 우아하게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도쿠시마의 풍요로운 인디고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인디고의 유산: 공예와 문화, 시간이 맞닿아 있는 곳

숙련된 소메시(someshi, 염색 장인)인 야노 씨는 수 세기에 걸쳐 이어져 온 기술을 지켜가며, 자연 발효 염액을 세삼하게 다루는 데 필요한 정밀함과 인내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인디고는 깊고 풍부한 색조와 생동감 있는 표현력을 지닙니다. 한편, 도쿠시마의 바다와 하늘에서 영감을 받은 나가하라 씨는 인디고의 문화적·감각적 매력을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내며, 인디고가 지닌 피부에 닿는 부드러움과 감정적인 깊이를 전합니다. 두 사람 보두 일본의 미학 개념인 '용의 미(用の美, yo no bi)', 즉 실용 속의 아름다움을 깊이 신념으로 삼고 있으며, 교육과 공예, 그리고 협업을 통해 그 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합니다. 이들의 철학은 세이코 프레사지 클래식 시리즈가 추구하는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기계식 시계를 매개로 일본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장인들이 인디고를 통해 일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듯, 프레사지는 그 감성을 전 세계에 전하는 플랫폼이 됩니다 - 전통과 혁신, 과거와 미래, 일본과 세계를 잇는 다리로서.

일본의 아름다움을
담은 것들 ×
세이코 프레사지 클래식 시리즈
도쿠시마의 해안

Photo of Shishikui Coast in southern Tokushima – home to Reki Nagahara’s indigo dyeing studio, in Between Blues, and the SPB527

도쿠시마 남부의 시시쿠이 해안(Shishikui Coast) - 나가하라 레키(Reki Nagahara)의 인디고 염색 스튜디오 인 비트윈 블루스(in Between Blues)와 SPB527의 고향.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곳:
도쿠시마의
푸른빛으로 물든 해안의 매력

시코쿠 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쿠시마현은 바다와 하늘의 변화무쌍한 표정을 그대로 비추는 드라마틱한 해안선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해안을 따라 펼쳐진 투명한 해변, 바람에 스치는 곶(岬), 고요한 내만(內灣)들은 각각 서로 다른 푸른빛의 얼굴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안 풍경은 단순한 절경을 넘어, 수 세기 동안 이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깊은 해양 문화와 활기찬 어업 전토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도쿠시마의 바다는 북쪽 나루토 해협의 거센 소용돌이에서부터 남부 해안의 고요한 만(灣)에 이르기까지, 장엄함과 풍요로움을 함께 품고 있습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어획물 중 하나는 해협의 강한 조류 속에서 자라난 나루토 도미(Naruto Sea Bream)로, 단단한 육질과 섬세한 맛을 자랑하며 도쿠시마 해산물의 우수함을 상징합니다. 또한, 나루토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거센 물살 속에서 자라난 나루토 와카메(Naruto Wakame), 그리고 방어(Yellowtail)와 하모(Pike Conger) 역시 이 지역의 명물입니다. 현 남부 지역에서는 일본의 고급 식재료로 손꼽히는 이세에비(伊勢海老, 일본 가시 바닷가재)가 또 하나의 별미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해안 지역들은 뛰어난 미식의 원천일 뿐 아니라, 삶의 방식 그 자체를 담고 있습니다. 섬들이 품어주는 우치노우미 만(Uchinoumi Bay)의 잔잔한 바다는 여유로운 낚시에 제격이며, 남부의 리아스식 해안선은 복잡한 만과 소나무로 둘러싸인 해변이 어우러져, 사색과 탐험이 공존하는 공간을 선사합니다. 카약부터 유럼선 크루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양 체험을 통해, 방문객들은 도쿠시마 바다가 지닌 자연의 리듬 속으로 깊이 스며들 수 있습니다.

이곳의 바다는 그 색채로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특히 전통 아이조메(aizome, 인디고 염색)에 종사하는 도쿠시마의 예술가와 장인들은 하루의 시간대마다 달라지는 해안의 짙은 남색과 안개 낀 하늘빛 세룰리언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오하마 해변(Ohama Beach)의 부드러운 아침빛, 오사토 마쓰바라(Osato Matsubara)의 반짝이는 오후 바다 - 도쿠시마의 해안은 살아 있는 팔레트이자,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로부터 태어난 문화에 바치는 끊임없이 변주되는 헌사입니다.

  • Photo of Ohama Coast

    미나미 마을에 위치한 오하마 해변(Ohama Beach)은 바다거북의 산란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바다거북인 하마타로(Hamataro)가 활발히 헤엄치고 있는 히와사 바다거북 박물관(Hiwasa Sea Turtle Museum)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Photo of The Onaruto Bridge

    도쿠시마현의 나루토시와 효고현의 아와지섬 사이에 위치한 나루토 해협(Naruto Strait)의 폭은 약 1.3km에 불과합니다. 세토 내해와 기이 수로(Kii Channel) 사이의 조수 간만 차이로 인해 강력한 해류가 형성되며, 이로 인해 장관을 이루는 소용돌이(Whirlpool)가 만들어집니다. 세계 3대 조류 중 하나로 꼽히는 나루토의 소용돌이는 지름이 최대 30미터에 달할 만큼 거대하며,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합니다. 해협 위를 가로지르는 오나루토 대교(Onaruto Bridge)는 시코쿠 섬과 간사이 지역을 잇는 중요한 교통 관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Photo of Uchino Sea

    나루토 해협 바로 옆에는 여러 섬들 사이에 자리한 잔잔한 바다, 우치노 해(Uchino Sea)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은 파도가 완만하고 너울이 거의 없어 뗏목 낚시(raft fishing)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약 140여 개의 낚시용 뗏목이 바다 위에 흩어져 있습니다.

  • Photo of Naruto’s wakame seaweed is known for its springy texture and flavor – served both with sashimi and as the star of dishes like wakame shabu-shabu, a hotpot dish

    도쿠시마의 바다는 풍부항 해양 생태계를 품고 있습니다. 거센 조류가 흐르는 나루토 해협에서 잡히는 참돔은 단단하고 질 좋은 육질을 지녀 '나루토 도미(Naruto Tai)'라는 브랜드로 불리며 최고급 어종으로 인정받습니다. 도쿠시마는 하모(Pike) 어획량과 출하액 모두 일본 상위권에 속하며, 특히 교토와 오사카를 포함한 간사이 지역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방어(Yellowtail) 또한 뛰어난 품질로 유명합니다. 한편, 나루토산 와카메(Naruto Wakame)는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맛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시미의 곁들이 재료로도, 와카메 샤부샤부 같은 요리의 주재료로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름다움을
담은 것들 ×
세이코 프레사지
클래식 시리즈
오타니 도자기

Photo of SARJ011

흙과 색이 빚어낸 전통:
인디고로 진화한 오타니 도자기

대지의 흙, 그리고 인디고의 숨결

도쿠시마의 오타니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오타니 도자기(Otani Ware, 일본어로 오타니야키 Otani-yaki) 는 거대한 용기를 빚어내는 독보적인 기술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인디고 염색에 사용되는 대형 발효 항아리(aigame), 물통, 심지어 욕조에 이르기까지, 오타니의 가마에서는 장인들의 열정만큼이나 규모가 큰 작품들이 탄생합니다. 이러한 대형 도자기는 네로쿠로(nerokuro)라 불리는 특수한 제작 기법으로 만들어집니다. 한 명의 장인이 누워서 발로 물레를 돌리고, 다른 한 명이 흙을 빚어 형태를 다듬는 방식으로, 현재 이 기술은 지역 내 단 두 곳의 도예 공방에서만 계승되고 있는 귀한 전통입니다.

오타니 도자기(Otani Ware)와 아이조메(인디고 염색)의 인연은 단순히 같은 지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철이나 플라스틱과 달리 도자기는 미세한 기공을 통해 공기가 통과할 수 있어, 천연 인디고 발효에 꼭 필요한 '숨 쉬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모든 색조에 깃든 기능미

전통적으로 무겁고 갈색빛을 띠는 오타니 도자기(Otani Ware)의 이미지를 새롭게 해석하고자, 오니시 나오키(Naoki Onishi)는 도쿠시마의 정체성을 담은 '아이(Indigo)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이 시리즈의 짙고 풍부한 유약 색조는 신중한 소재 실험을 통해 완성되었으며, 잿물(lye)을 제거한 뒤 남은 인디고 염색 공방의 재(ash)를 활용해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재활용의 과정은 단순한 기법을 넘어, 아름다움과 지속가능성은 함께 존재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깊은 철학을 표현합니다.

오니시 씨는 자신의 작품이 쓰임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도자기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무언가를 담아볼 때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릇은 푸른 채소, 짙은 육류, 노란 소스 등 다양한 음식이 담기는 순간, 새로운 생명과 색을 얻습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세이코 프레사지 클래식 시리즈를 마주했을 때 더욱 깊이 공명했습니다. 시계의 곡면, 섬세한 질감, 인디고에서 영감을 받은 다이얼은 빛을 머금은 도자기의 유약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각도에 따라 반짝임이 달라지죠. 마치 가마에서 구워낸 도자기가 보여주는 미묘한 색 변화처럼요 - 완벽히 제어할 수 없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더 아름답습니다."

오니시 씨에게 프레사지는 자신의 가마가 추구하는 가치와 같은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즉, 전통과 혁신의 조화, 사용을 통해 드러나는 우아함, 그리고 불완전함·촉감·시간의 흔적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본적 감성입니다. 오타니 도자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계들 또한 단순한 장인정신의 산물이 아니라 - 일상 속에서 이어지는 문화적 연속성을 눈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의 매개체입니다.

Photo of Naoki Onishi President and CEO of Onishi Pottery, Otani Ware Kiln

오니시 나오키(Naoki Onishi)
오타니 도자기 가마
오니시 도예 대표 겸 CEO

Photo of Indigo Vat

인디고 염색 항아리

  • Photo of The Ai–indigo Series

    아이(Indigo) 시리즈는 짙고 깊이 있는 푸른빛으로 감각을 사로잡습니다.

  • Photo of He developed a custom glaze

    전통적으로 흙빛의 검정과 갈색 유약으로 알려진 오타니 도자기(Otani Ware)는, 오니시 도예(Onishi Pottery)의 오니시 나오키(Naoki Onishi)의 비전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그는 인디고 염색에서 영감을 받아 아이조메(aizome)의 짙은 푸른빛을 담아내는 독자적인 유약을 개발하며, 아이(Indigo) 시리즈를 탄생시켰습니다. 이 현대적인 컬렉션은 도쿠시마의 문화유산을 도자기라는 형태로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깊이 뿌리내린 전통과 현대적인 감성, 그리고 기능미에 대한 헌신이 조화를 이룹니다.

  • Photo of Otani ware potters use a unique horizontal kick wheel – turned by foot to achieve the subtle speed control electric motors can’t match

    2,800리터에 달하는 대형 인디고 염색 항아리와 같은 거대한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웅대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오타니 도예 장인들은 수평식 발 물레(horizontal kick wheel)를 사용하여 전동식 장비로는 구현할 수 없는 섬세한 속도 조절을 발의 감각으로 이뤄냅니다. 이렇게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어 완성하는 공정은 오타니 도자기(Otani Ware)의 창의성과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법입니다.